[mobile] 검은 머리 앤

 

2021 여름방학 KING 게임개발프로젝트

 

때는 바야흐로 2021년 여름.. 생애 첫 게임 기획 발표가 딱 일주일 남은 날이었다. 나는 비대면 동아리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떡볶이를 먹으며 다른 분들의 기획 발표를 듣고 있었다. 당시 주어진 키워드는 빨강이었다. 그러게, 나 빨간 머리 염색 하고 싶은데. 빨간 머리로 태어났음 좋았을 것을.. 어?

하고 바로 친구에게 뽀르르 달려가 이 말도 안 되는 기획을 쏟아내었더랬다.

 

그렇다. 질투심을 이기지 못하고 빨간 머리 앤을 검은 머리 앤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실은 빨강 머리가 아니라 검은 머리였던 앤.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들키지 않아야한다!

거의 발로 그려 간 앤과 게임 화면..!! 다시 봐도 놀랍다.

 

염색을 자주 하며 가장 번거로웠던 부분은 뿌리 탈색이었다. 어째서! 탈색 염색을 이리도 자주 하는데 눈치껏 노란머리로 자라주지 않는게야!! 😤 그래서 검은 머리 앤도 뿌리가 자라게 만들었고, 완벽하게 탈색이 된 채로 염색약 아이템을 먹어야만 빨간머리 앤으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인터스텔라를 소환해야할 시점이다.. 넌 그래픽 노동을 낳은 기획이다..)

그렇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기획 발표를 진행했다. 그리고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검은 머리 앤을 구현하게 될 것이라곤, 생애 첫 게임 기획에서 PM까지 맡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던 내게 너무나도 감사하게 연락이 왔다.

 

그렇게 짠이 결성됐다..✨

 

참고할 레퍼런스가 아주 많은 달리기 게임이었음에도 우리만의 차별성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니, 세세하게 기획해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당시엔 간단한 달리기게임이니 이정도면 웬만한 기획은 다 되었다 생각했지만, 첫 게임 플젝 도전자의 커다란 오산이었다.

 

🖤 프로젝트 진행

수많은 회의를 거쳤다...

매주 월요일 7시 (주 1회) 구글밋 회의를 기반으로 하였으며, 맵 기획 등의 경우 그래픽 회의, 코드 merge 등의 경우 코더 회의를 별도로 진행했다. 수정된 플레이 영상, 수정 요청 사항 등 자잘한 사항들은 수시로 카톡에 업데이트하였다.

 

🖤 기획

기획은 구글 문서함을 이용해 진행했다. 당시에만 해도 노션과 같은 다른 툴의 사용이 활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또 개인적으로는 심플 이즈 더 베스트라 나는 지금도 구글 문서함이 좋다. 공유할 자료들이 워낙 많아서, 다른 협업 툴을 활용해도 구글 드라이브를 떼어놓을 순 없다..

상황별 포지션별 필요한 세부 기획서를 작성했고, 화면 구성 기획의 경우에는 그래픽과 서브 기획을 맡아주신 희진님과 함께 진행했다. 사실 플젝이 처음이라, 제작을 진행해보며 필요한 기획서들이 있다면 그때그때 작성해나갔던 것이 실체다..

그렇게 작성한 기획서들은 매 회의마다 코더분들의 피드백을 받아 완성본으로 거듭났다.

 

🖤 그래픽

그래픽은 에이스프라이트를 이용했다. 완성된 그래픽을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하고 단톡방에 자랑하면 따수운 칭찬을 해주셨다. 우리 그래픽.. 다시 봐도 좀 많이 귀엽다..🖤

 

🖤 코딩

유니티 2D와 깃허브를 이용해 진행했다. UI, 애니메이션, 계산 함수 작성으로 크게 파트를 분배한 뒤, 정기회의에서 업데이트 된 기획 사항에 대해 꾸준히 업무 분담을 하였다. 깃허브 Merge과정에서 충돌 있는 경우 보통 톡방에서 해결하였고, 해결되지 않은 경우 코더분들끼리 merge회의를 진행해 해결해주셨다.

 

모두 함께 한 디버깅이 남긴 영광스러운 흔적

 

당시에도 디버깅만 조금 더 진행하고 출시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앤이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도 허공을 가르며 날게 되는 등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생겨난 버그들과 바빠진 모두의 스케줄의 화려한 콜라보레이션으로 마감일이 흐릿해지고 말았다... 요즘도 민정님과 종종 코드를 깔끔히 정리해서 출시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짠 팀원들 모두가 시간이 가능할지.. 혹은 일부만 참여해서 진행해도 괜찮을지.. 오랜만에 연락드려 인사도 나누고 언젠가 꼭 끝까지 마무리 짓고 싶은, 자식 같은 프로젝트다.

 

출시하고십어요